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소리

작성자 최고관리자

작성일 06-04-09 04:51

조회수 3,401

언제부턴가 나는 상대의 가슴 깊은 곳에서 내는 그 사람의
영혼의 소리가 들려온다.
앞서 집회를 마친 뉴저지 연합교회나 오메가 선교 교회와 마찬가지로
체리힐 제일 교회에서도 아침 집회 후 남는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
보낼 수 없었다.
물론 사역자의 쉼도 중요한 사역의 하나이지만 그 시간에도 질병으로 고통하며
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죽음의 공포에서 두려워 떠는 연약한 영혼들을
만나야 하기 때문에 할 수만 있으면 그들을 찾아 나선다.
그래서 이번 미국 동부에 있는 교회들의 초청 집회 내내
새벽 집회때 길을 나서면 하루 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자정이 다 되어
숙소로 돌아오게 된다.
그 날은 봄비가 여름 장마비처럼 내려 뉴욕인근에 홍수 주의보가 내릴 정도로 비가 오는 날이었다.
입술이 다 부르트도록 쉬지않고 일하시는 고 한승 목사님은
아침 집회 후 어떤 아담한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.

그 집에 들어서니 휠체어에 깊숙히 몸을 기댄 한 여인이 있었다.
세균성 근육 수축증 환자였다.
그의 병세는 이미 기울어 입안의 근육이 거의 없는지 침조차
삼키지 못하는 정도였다.
그 녀의 하얗고 고운 얼굴은 침이 그대로 흘러 내리고 있었고
손과 발은 물론 몸의 어느 부분도 움직이지 못하는 전신 마비 상태였다.
마지막 숨쉬는 기능이 마비되면 이 여인은 어떻게 될 것인가?

그 여인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잠잠히 바라 보고 있는 것은 그가 낳은 6개월된 아들이다.
그 여인의 몸에서 낳은 아들이라고는 도저히 상상이 되지않는
건강하고 준수한 아들이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.
나는 그 여인의 휠체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.
주님께서 혈루증을 앓는 여인이 주님의 옷자락을 잡았을 때
주님께서 그 여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계셨고 그 여인을 불쌍히 여기셨던 것처럼 이 여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려 주시고 부디 이여인을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간구했다.
그랬더니 이 여인의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.
나는 그 여인의 영혼의 소리를 소리내어 대언하기 시작했다.

“주님! 저는 일평생 남편의 사랑만 받고 남편을 위해 아무 것도
해 주지 못했습니다.  
그래서 저는 비록 내 몸은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상태였지만 남편에게
아들 하나를 낳아 주고 싶다고 수년동안 간구 하였습니다.
주님은 제 기도에 응답하셔서 기적을 베풀어 남편에게 아들을
낳아 줄 수 있게 하셨습니다.
주님! 이제 저는 이 세상에 아무런 여한이 없습니다.
저는 아들을 주신 주님께 간구 할 것이 남아 있으면 안될 것입니다.
그런데 요즈음 제 마음에 욕심이 생겼습니다.
주님! 저에게 조금만 시간을 더 주십시오.
내 아들이 학교에 입학 할 때까지만 저를 살려 주십시오.
어미로서 아들에게 젖 한번 먹여 주지 못했고
아들의 기저귀 한 번 갈아 주지 못했고
아! 저 어여쁜 아기를 내 품에 한 번 안아 보지도 못했습니다.
그저 이렇게 하루 종일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으로만 있습니다.
그러나 주님!
이 모양 이대로라도 아들 곁을 지켜 볼 수 있도록
저를 몇년만 더 살게 해 주십시오.
아들에게 젖을 주지 못해도 감사하고
아들을 내 품에 한 번 안을 수 있게 해달라고도 안하겠습니다.
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한 마디 들려 주지 못해도 좋습니다.
그저 이 모습 이대로 아들 곁에서 지켜 볼 수 있게만 해 주십시오.
나는 하루 종일 아들을 쳐다보며 수도 없이 말하고 있습니다.
사랑한다 내 아가!
그리고 남편에게는 미안해요 여보! 라고 말합니다.
저의 몸을 매일 씻기고 나를 간병해 주는 자원봉사자 권사님께는 고마워요 권사님! 이라고 말합니다.
나의 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나는 하루 종일  내 마음 속에서 소리치고 있습니다.”

이 소리를 듣던 그 여인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.
한참동안  마비된 몸을 비틀며 우는 아내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된 남편이 울고
여러해 동안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봉사하시던
체리힐 교회 자원봉사자 권사님도 울고
기도하던 나도 울고 목사님도 울고…
그 곳 심방에 동행했던 여전도회 회원들 모두가
이 안타까운 간구에 울고 또 울었다.

잠시 후 눈물 바다에서 피어난 꽃처럼 그 여인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.
기뻐서 어쩔줄 모르는 그 여인의 얼굴은 마치 천사의 얼굴과 같았다.
병원에서는 그 여인의 남은 시간이 한 달이 채 안된다고  진단을 내렸다.
우리는 이 여인이 아들을 사랑의 눈빛으로 쳐다 볼 수 있는 시간이
얼마나 더 될련지는 아무도 모른다.
그러나 그 여인의 간구를 들으시고 아들을 주신 주님은
아들 곁에 어머니의 사랑의 눈빛이 있어야 하는 것을
가장 잘 아시는 분이심을 그 날 우리들에게 알게 하셨다.
우리는 그 주님을 굳게 믿을 뿐이다.
주님은 우리가 말하지 못해도
그 분 안에 있는 사랑과 긍휼하심으로 큰 소리로 듣고 계신 분이시기 때문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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